일상이 된 재난 시대, 마을의 힘 : 마을공동체와 위기대응 거버넌스

1. 위험이 일상화된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들
오늘도 재난문자를 받으셨나요?
“계속되는 폭염, 야외활동 자제 및 온열질환 각별히 유의하세요 [기상청]”
“경기도 전역 폭염경보, 논·밭·공사장 등 야외작업 자제 및 휴식 권고[경기도청]”
불과 며칠 전만 해도 내용은 정반대였습니다.
“폭우로 일부 열차 운행 중단[한국철도공사]”
“호우경보 발효. 위험지역 출입 금지, 대피 권고 시 즉시 대피하세요 [행정안전부]”
이제는 ‘극한호우’, ‘괴물폭우’라는 말조차 익숙해지고, 중간중간엔 실종자 수색을 알리는 문자가 오기도 합니다.
“고양시 주민인 000 씨(남, 74세)를 찾습니다 [경기북부경찰청]”
강풍, 화재, 싱크홀, 정전, 교통사고 등 다양한 위험 안내문자가 일상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제 명백히 ‘위험이 일상화된 사회’ 속에 살고 있습니다. 특히 농산어촌과 도시가 혼재된 경기도는 다양한 재난이 동시다발적으로 반복되며 마을 단위의 대응 역량이 시험받고 있습니다. 경기도는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으며, 따라서 경기도 마을들의 대응 방식은 전국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정부 중심의 재난 대응 체계는 과거보다 나아졌지만, 여전히 복합위기에는 한계가 뚜렷합니다. 실제로 위험을 가장 먼저 마주하고, 가장 빠르게 대응하는 것은 마을 주민과 마을공동체이기 때문입니다. 공공과 공동체의 역할을 다시 설계해야 할 시점입니다.
오늘은 마을의 위기 대응 실태와 사례, 한계를 짚어보고, 안전한 마을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살펴보겠습니다.
2. 반복되는 재난, 마을의 현장 대응 실태
2025년 여름, 경기도를 비롯한 우리 마을들은 크고 작은 재난에 끊임없이 노출되고 있습니다. 경기북부의 산간 지역부터 도심에 이르기까지, 재난은 더 이상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라 일상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마을 재난을 바라보는 시각과 대응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때입니다.
► 가평, 극한호우로 인한 인명 피해
2025년 7월 20일, 가평 지역에 약 200mm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산사태와 급류로 2명이 숨지고 4명이 실종되었습니다. 특히 도로 유실과 통신 두절 등으로 재난 인프라가 마비되며 구조 활동과 물자 전달에 큰 차질이 빚어졌습니다. 기후재난이 일상이 된 지금, 우리나라도 인프라 복구마저 어려운 현실 속에서 피해 양상은 점점 개발도상국형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 폭염, 사람과 가축 모두 위험에 처하다
2025년 7월 말 기준 온열질환자는 3000명에 달하며, 사망자는 작년 대비 2.6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또한 충남에서만 20만 마리의 가축이 폐사해 작년보다 8배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폭우가 국지적 피해를 유발하는 반면, 폭염은 광범위한 지역에서 재난약자와 가축을 위협합니다. 폭염은 이제 단순한 날씨가 아니라, 재난약자의 만성질환 악화를 유발하고, ‘기후복지’와 ‘기후인권’의 문제로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 영남의 괴물 산불, 고령화와 인구소멸 지역의 재난 취약성
2025년 3월,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은 31명의 사망자를 내며 열흘 만에 진화되었습니다. 이 중 60대 이상이 29명으로, 고령화된 농촌의 재난 취약성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 오산 옹벽 붕괴 사고, 사전 감지에도 불구, 대응 실패
붕괴 전날 접수된 민원에도 불구하고, 육안 판단만으로 위험을 간과한 사례입니다. 이는 주민이 현장에서 위험을 감지하더라도 행정이 제때 대응하지 못하는 현실을 드러냅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주민들이 스스로 마을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움직임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위기에 대비하고 대응하는 과정에서 주민 주도적인 실천 사례들은 공동체가 가진 잠재력과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점차 마을공동체로 확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 자율방재조직의 선제적 대응 – 남양주시 호평동 애향기동대
2025년 6월, 남양주시 호평동의 자율방재조직 ‘애향기동대’는 여름철 수해에 대비한 선제적 봉사활동을 전개했습니다. 이는 기후 변화로 인한 폭우에 대비해 자율적 대응 역량을 강화하려는 시도였습니다. 기동대원 50여 명은 배수로 정비, 모래주머니 1,500개 제작 및 침수 위험지역 배치를 진행했으며, 순찰과 함께 주민 대상 행동 요령 안내도 병행했습니다. 이 활동은 마을의 물리적 안전 확보뿐 아니라, 주민 간 협력과 유대감을 강화하며 공동체 기반 대응 체계의 가능성을 보여준 의미 있는 사례로 평가됩니다.
► 민관 협력으로 수해 ‘예방’에 나선 의정부 송산2동
2024년 5월, 의정부시 송산2동 주민센터는 여름철 집중호우에 대비해 빗물받이 정화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지역자율방재단, 통장협의회, 주민센터 직원 등 약 50명이 참여한 민관 협력 활동이었습니다. 침수 우려 지역의 빗물받이를 중심으로 낙엽과 담배꽁초 등 배수를 막는 요소를 제거하며 정비가 이뤄졌습니다. 특히 반지하 주택 밀집지와 지대가 낮은 상가 주변 등 취약 지역을 우선 정비해 실질적인 피해 예방 효과를 거두었습니다. 단순 정비를 넘어, 지역 안전에 대한 주민들의 문제의식과 자발적 실천이 돋보인 의미 있는 사례입니다.
► 대전 정뱅이마을 수해 대응 – 주민의 힘, 공동체의 힘으로 만든 ‘기적’
2024년 7월, 대전 정뱅이마을은 집중호우로 마을 전체가 물에 잠기는 위기를 겪었습니다. 그러나 단 한 명의 사상자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119구조대는 당시를 회상하며 “마을 주민의 힘으로 기적이 만들어졌다”고 전했습니다. 위험은 새벽 시간에 닥쳤지만, 마을 이장이 빠르게 상황을 감지하고 대피 방송을 실시했습니다. 주민들은 곧바로 행동에 나섰고, 일부는 낚시용 보트와 수영으로 거동이 불편한 고령 어르신들을 구조했습니다. 119 구조대가 도착하기 전에 주민들만의 협력과 신속한 판단으로 마을 전체가 무사히 대피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 마을은 과거에도 수해를 겪은 경험이 있었고, 그 기억을 바탕으로 주민들은 각자의 역할을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누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일상에서 공유와 실천 경험이 실제 위기 상황에서 고스란히 작동한 것입니다.
정뱅이마을의 사례를 담은 스토리북 『우린 지금 나아가는 중입니다』에는 당시의 경험이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주민인 황경희 선생님의 증언은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우리는 119가 오면 다 살 거라고 생각하잖아. 그렇지 않아. 그러니까 그 상황에서는 (우리 마을과 상황을 가장 잘 아는) 우리들끼리 협조하는 게 훨씬 더 살길이 빠른 거야... 나는 그걸 배웠지.”
결국 위기 상황에서 주민들을 지켜준 것은 구조대보다 먼저 작동한 마을공동체의 관계망과 자발적 대응력이었습니다. 이처럼, 마을공동체는 재난 대응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결정적인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3. 마을이 움직였다. 경기도의 위기대응 시범사업 이야기
앞서 살펴본 현장 사례들은 단지 개별적 사례에 머물지 않습니다. 경기도는 이 같은 문제의식을 정책적 실험으로 연결하여, 마을공동체 중심의 위기 대응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시범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오고 있습니다.
3-1. 2024년 마을 위기대응 시범사업 – 마을 중심 재난 대응의 시작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는 2023년 「재난 대응에 있어 마을공동체의 새로운 역할 연구」를 통해 재난 대응 패러다임의 전환 필요성을 제기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2024년부터 마을위기 대응 시범사업을 시작하게 되었고, 올해인 2025년에는 2년 차를 맞아 그 범위를 확장해가고 있습니다.
2024년에는 남양주시 진건읍과 의정부시 두 곳에서 시범사업을 실시하였습니다. 지역별 특성과 필요에 맞춰, 각각 화재 대응과 고립 위기 대응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주민주도형 위기대응 거버넌스 모델을 설계하고 실천했습니다.
► 남양주시 진건읍 – 노후주택 밀집 지역의 화재 대응 훈련과 위험지도 제작
진건읍은 노후주택이 밀집해 있고, 골목길이 좁아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지역입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화재 발생 시 어떤 위험이 있는지를 함께 논의하고, 마을활동가, 주민자치회, 이장협의회, 의용소방대 등을 중심으로 파출소, 소방서 등과 협력하여 실전 모의훈련을 기획했습니다.
가상훈련은 ‘길 터주기’, ‘재난약자 대피’, ‘전 주민 대피’의 세 단계로 구성되었고, 주민들은 실제 통제 및 대피 유도를 수행했습니다. 단순한 시뮬레이션을 넘어,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재확인하는 과정이었습니다. 그 성과는 훈련 이후에도 이어졌습니다. 대규모 마을 축제에선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안전대책을 기획하고, 생활 속 위험 요소를 점검하는 활동으로 확장되었습니다. 또한 주민들은 직접 마을의 위험지도를 작성하고, 지역 내 구호 자원의 위치와 상태를 시각화해 공유하였습니다. 특히 경기도의 공공서비스 플랫폼인 ‘행복마을관리소’가 이 사업의 거점으로 작동하며, 평상시에는 생활관리소로 기능하고, 위기 상황에는 지역 재난 대응 플랫폼으로 전환될 수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사진 1] 남양주시 진건읍 노후주택화재 대응 가상 훈련
► 의정부시 – 고립위기 가구 대응을 위한 거버넌스 실험
의정부에서는 재난 대응의 범위를 확장해 ‘고립위기’라는 사회적 재난을 주제로 삼았습니다. 고독사 위험 가구에 대응하기 위한 주민 중심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마을활동가, 복지관, 공동체 조직들이 연계하여 ‘고독사 안전망’ 모델을 설계하고 실행 기반을 마련하였습니다. 이 과정은 재난 대응과 복지 서비스의 경계를 허물며, ‘생활 속 위기’에 대한 공동 대응 체계를 모색하는 중요한 시도였습니다.

[사진 2] 고립위기 가구 대응 교육 워크숍
3-2. 2025년 마을 위기대응 사업 – 주민 주도로 확산하는 위기 대응
2025년에는 2년 차 사업으로서 보다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활동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남양주 진건읍과 의정부는 2024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업을 확장·심화하며 위기 대응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포천지역은 가축전염병 확산을 대비하는 공동체사업을 진행하고, 부천지역은 가족돌봄청년의 어려움에 대응하는 사업도 펼쳐지고 있습니다.
► 남양주시 진건읍 – 수해 대비를 위한 주민주도 훈련
올해 진건읍 주민들은 마을의 위기 대응 주제로 ‘수해 대응’을 선정하였고, 5월 중순부터 교육과 현장답사, 유관기관 협력 등을 통해 준비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7월 26일에는 주민주도 수해 대응 가상훈련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습니다. ‘진건읍 수해예방단’으로 명명된 주민 12명은 이날 △수해 대비 초기 전파 및 위험요소 점검 △재난약자 대피 유도 △빗물받이 위험 구간 표시 스티커 부착 △예방 매뉴얼 배포 등의 핵심 활동을 수행했습니다. 마을활동가들이 주민 봉사단, 의용소방대, 파출소 등도 협력하여 교통 통제와 안전 확보를 도왔습니다. 훈련 준비 과정에서 수해예방단은 매주 마을 곳곳을 누비며 위험지역 30여 곳을 점검하고, 체크리스트를 작성했습니다. 한 아파트 앞 배수로의 물빠짐 문제를 직접 시청에 신고해 즉각적인 정비로 이어진 사례도 있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은 주민 교육과 워크숍을 통해 이루어졌고, 시청 재난안전팀과도 유기적으로 소통하며 실질적인 실행계획을 수립했습니다.

[사진 3] 진건읍 수혜예방단 가상 훈련 진행 후
► 의정부 – 고립 위기가구 발굴 캠페인으로 진화
의정부에서는 지난해 구축한 ‘의정부 365’ 거버넌스를 바탕으로, 고립위기가구 발굴 캠페인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장암종합사회복지관과 협업을 통해 교육과 현장 학습을 진행하고 있으며, 대상 가구 후보지 답사와 캠페인 기획 등으로 실제 실행 준비에 나서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의정부1동 행복마을관리소가 ‘의정부 365’에 함께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됩니다. 기존의 생활 밀착형 공공서비스에 ‘고립위기 가구 발굴’이라는 사회적 기능을 접목시켜, 공동체-복지기관-행정 간 협력 모델의 확장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 사유재산에 대한 개입 한계, 공동체 안전의 또 다른 과제
한편 2년 차 사업과정에서 확인된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는 ‘사유재산’에 대한 공공의 개입 한계였습니다. 수해 위험이 높은 노후주택, 개인 임야, 위험 건축물 등 사적 공간에 대해서는 행정의 예방적 개입이 법적·제도적으로 제한되어 있어, 공동체 전체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향후 법제도 정비를 통해 해결해야 할 중요한 구조적 문제로 남아 있으며, 위기 대응 거버넌스를 완성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과제입니다.
4. 재난의 최전선, 마을공동체가 대응의 열쇠다
우리는 지금 어떤 지역도, 누구도 안전에서 예외일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재난 대응을 전적으로 정부에 맡기는 방식은 한계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초기 대응에 주어진 시간은 짧고, 외부 지원은 도달하는 데 시간이 걸리며, 정부 중심의 정형화된 매뉴얼은 지역의 다양성과 특수성을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결국 위기 현장에서 가장 가까이 있고, 가장 먼저 행동할 수 있는 주체는 바로 마을공동체와 주민입니다.
• 위기대응에서 왜 마을공동체가 중요한가?
많은 사람들은 재난이 발생하면 119나 정부기관이 곧바로 도와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다릅니다. 1995년 일본 한신아와지 대지진(고베 대지진) 생존자 조사 결과, 응답자의 94.8%가 ‘가족, 이웃, 자기 자신’에 의해 구조되었다고 답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020년 강원도 삼척 산불 당시, 초동 대응은 이웃들의 빠른 신고와 협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처럼 마을은 단순한 ‘행정구역’이 아니라, 위험을 감지하고 경보를 전파하며, 초동 대응과 회복까지 수행할 수 있는 실질적인 생활단위이자 대응단위입니다. 서로의 이름을 알고, 연락처를 공유하고, 평소 관계망이 살아 있는 마을일수록 위기 상황에서 생존과 회복 가능성은 훨씬 높아집니다.
하지만 공동체 역량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특히 초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농촌 지역의 경우, 일상적인 단절과 인프라 부족으로 인해 위기 대응의 사각지대가 넓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공동체의 대응 역량을 제도적으로 보완하고 정책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 ‘위기대응 거버넌스’ 란 무엇인가?
‘위기대응 거버넌스’는 단순히 재난 대응 조직이나 예산을 마련하는 것을 넘어, 공공, 민간, 주민이 함께 계획하고 대응하며 회복하는 통합적 체계를 뜻합니다.
기존의 하향식 구조(중앙정부 → 광역지방정부 → 기초지방정부 → 마을)는 응답 속도가 늦고, 주민의 목소리가 반영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오늘날에는 폭우+침수+이재민+산사태+인프라마비 등 복합재난이 증가하면서 단일 매뉴얼만으로는 대응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이제는 마을공동체가 주체가 되어 사전 위험을 파악하고, 대응계획을 수립하며, 행정 및 민간과 수평적 협력체계를 유지하는 다층적 거버넌스 모델이 필요합니다.
5. 마을이 위기에 강해지기 위한 정부·마을·지원조직, 세 축의 과제
재난과 위기에 강한 마을을 만들기 위해선 위기대응 거버넌스가 실질적으로 작동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제도적 지원, 마을공동체와 주민들의 자율적 실천, 중간지원조직의 연결과 조정이라는 세 축이 균형 있게 작동해야 합니다. 이 세 주체가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을 다할 때, 재난에 강하고 회복력 있는 마을 거버넌스는 잘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 정부는 마을공동체의 마을위기 대응을 위한 제도와 재정, 인프라를 책임져야 합니다
우선 중앙정부는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전담할 조직을 다시 만들어야 합니다. 행정안전부는 2023년 ‘지역공동체과’를 폐지하여 일부 업무만이 ‘지역청년정책과’의 한 명에 의해 병행되고 있습니다. 체계적인 지원을 위해서는 전문성과 지속가능성이 담보된 전담 부서의 복원이 필요합니다. 광역지방정부 또한 마을공동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뒷받침할 중간지원조직을 복원하거나 내실화해야 합니다.
사유재산에 대한 제한적 공공 개입의 법제화가 필요합니다. 재난에 취약한 사유지, 예를 들어 노후 주택이 밀집한 지역이나 산사태 우려가 큰 경사지 등에는 행정이 일정 조건 하에 사전 점검과 예방 조치를 할 수 있도록 법적 기반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재난안전관리기본법 개정이나, 경기도 차원의 조례 제정이 필요합니다. 더불어 마을 단위의 위기 대응 체계를 일회성 사업이 아닌 지속 가능한 제도로 만들기 위한 법제화와 재정 지원이 절실합니다. 마을기본법, 마을공동체기본조례, 마을 안전망 구축 사업 등이 이를 뒷받침하는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 마을공동체과 주민은 마을위기 인식제고, 자율적 실천과 현장 중심 대응에 나서야 합니다
각 마을은 위험의 종류, 주민 구성, 지형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인 대응보다는 우리 마을에 맞는 대응 매뉴얼이 필요합니다. 마을위기와 재난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활동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리고 주민자치회, 자율방재단, 통장단, 교통봉사대 등 마을 안의 다양한 주체들과 함께 위험 요소를 식별하고, 대피 경로와 비상 연락망을 설정해두어야 합니다. 또한 마을의 생활 기반 정보를 반영한 위험 지도를 만들고, 독거노인 가구, 노후 주택 밀집지, 병원이나 학교까지의 거리 같은 정보를 시각화하여 주민들과 쉽게 공유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나아가 이러한 정보를 디지털 정보 시스템으로 정리하고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한다면 더욱 효과적입니다.
공동체 차원에서 위기 대응을 위한 교육과 훈련도 중요합니다. 마을공동체에서 마을 재난과 위기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죠. 응급처치, 대피 요령, 화재나 수해 대응법 등을 반복적으로 익히고, 마을 위기 대응 코디네이터나 재난 대응 마을 리더를 양성하여, 실제 상황에서 의사결정과 정보 전달의 중심 역할을 맡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학교, 복지관, 종교시설 등 마을 내 다양한 기관도 훈련에 함께 참여하여 마을 전체가 대응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 마을공동체지원센터 등 중간지원조직은 연결과 조정의 허브가 되어야 합니다
중간지원조직은 주민과 행정, 그리고 다양한 지역 자원을 연결하는 실질적인 매개자 역할을 합니다.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와 같은 중간지원조직은 마을공동체가 현장에서 위기 대응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교육과 가이드를 제공하고, 필요에 따라 사회복지관, 협동조합, 시민단체, 공공기관 등과의 협력을 주선합니다. 또한 시범적으로 위기 대응 교육, 실천 사업, 캠페인 등을 기획하고 운영하여, 마을 단위의 대응력을 키우는 실무적 지원을 담당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마을 간, 공동체 간 교류와 학습을 촉진하는 계기를 만들어 재난 대응 사례를 확산시키고, 지역에 맞는 맞춤형 모델을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역할이 지속가능하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제도적 기반과 안정적인 예산 지원이 필수적입니다. 일회성 사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중요한 기반시설로 자리 잡아야 합니다. 함께 움직일 때, 마을은 강해집니다. 정부는 기반을 만들고, 마을은 실천하며, 중간지원조직은 그 사이를 연결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이 세 축이 유기적으로 움직일 때, 우리는 비로소 위기에 강한 마을, 회복력 있는 지역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6. 위기와 재난에 강한 마을, 결국 마을공동체의 힘이다
이재명 정부의 5년 국정과제를 수립 중인 국정기획위원회도 마을공동체의 위기 대응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기존의 제도권 안에서 재난대응 뿐만 아니라 마을공동체 역량 강화를 통해 재난 대응 정책을 병행하여 추진키로 세부사업을 확정하였습니다. 마을공동체가 마을 재난대응의 초기 역할을 하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제 마을은 단순히 주거의 공간이 아니라, 생존과 회복의 기본 단위로 새롭게 자리매김해야 합니다. 국가가 모든 것을 해줄 수 없는 시대, 마을은 스스로 조직하고 대응하며 서로를 지키는 주체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 출발점은 마을 속 위기대응 거버넌스의 구축이며, 그 중심에는 마을공동체와 주민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 무너지지 않는 마을 서로를 지키며 회복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 기회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지금이 그 첫걸음을 내디뎌야 할 때입니다.
[참고문헌]
🧾 보고서 및 정책 문서
사회혁신연구소. (2023, August). 재난 대응에 있어 마을공동체의 새로운 역할 연구.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
사회혁신연구소. (2024, July). 2024 마을위기 대응 시범사업 결과보고서.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
프로젝트커넥트 C. (2024, December). 마을4.0 새로운 마을을 여는 제안.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
🧾 뉴스 기사
KBS 뉴스. (2025, April 3). (더보다) ‘검은 봄’의 경고.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226399&ref=A
MBC 뉴스데스크. (2025, July 20). 도로는 끊기고 통신은 먹통.. 속도 못 내는 수색·복구 작업. https://imnews.imbc.com/replay/2025/nwdesk/article/6737573_36799.html
경기도정신문. (2024, May 21). 의정부시 송산2동, 여름철 수해 예방 빗물받이 집중 정비. http://www.idojung.com/news/articleView.html?idxno=48908
경기헤드라인. (2025, June 27). 남양주시 호평동 애향기동대, 여름철 수해 예방을 위한 선제적 봉사활동 전개. https://www.gheadline.co.kr/news/article.html?no=483140
경향신문. (2025, August 1). ‘역대급 폭염’에 온열질환자 3000명 육박…올해 사망 18명. https://www.khan.co.kr/article/202508011711001
이데일리. (2025, July 17). “마을침수, 산사태에도 주민들 도움 덕에 다들 무사했죠”.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3598166642235504&mediaCodeNo=257&OutLnkChk=Y
한겨레. (2025, July 17). 오산 ‘옹벽 붕괴’ 사망... 폭우 전날 “지반 꺼져요” 신고했지만. https://www.hani.co.kr/arti/area/capital/1208475.html
헬로TV뉴스. (2025, July 28). 전남 폭염 비상... 노인 사망, 가축 15만 마리 폐사. https://news.lghellovision.net/news/articleView.html?idxno=514535
🧾 스토리북 및 간행물
더 프로미스. (2024, November 2). 우린 지금 나아가는 중입니다 [정뱅이마을 재난 스토리북]. https://issuu.com/thepromise_kr/docs/_3?fr=xKAE9_zU1NQ
🧾 기획 연재 및 정책칼럼 (정기 간행물)
권상동. (2025, April). 마을기본법 제정과 우리의 역할. 수요일엔 마프, (34).
김현수. (2023, September). '마을 재난 거버넌스'와 공동체 역할. 수요일엔 마프, (15).
김현수. (2024, September). 경기도 「마을위기 대응 시범사업」 추진 경과와 정책 제안. 수요일엔 마프, (27).
이규홍. (2023, September). 재난에서 마을공동체는 왜 중요한가. 수요일엔 마프, (15).
장수찬. (2025, April). 마을공동체 정책통합 환경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수요일엔 마프, (34).
🧾 SNS 게시물
김동훈. (2025, July 22). 라이프라인 코리아 이사로서 올린 Facebook 게시물 https://www.facebook.com/share/p/19DaLZuSD3/
일상이 된 재난 시대, 마을의 힘 : 마을공동체와 위기대응 거버넌스
1. 위험이 일상화된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들
오늘도 재난문자를 받으셨나요?
“계속되는 폭염, 야외활동 자제 및 온열질환 각별히 유의하세요 [기상청]”
“경기도 전역 폭염경보, 논·밭·공사장 등 야외작업 자제 및 휴식 권고[경기도청]”
불과 며칠 전만 해도 내용은 정반대였습니다.
“폭우로 일부 열차 운행 중단[한국철도공사]”
“호우경보 발효. 위험지역 출입 금지, 대피 권고 시 즉시 대피하세요 [행정안전부]”
이제는 ‘극한호우’, ‘괴물폭우’라는 말조차 익숙해지고, 중간중간엔 실종자 수색을 알리는 문자가 오기도 합니다.
“고양시 주민인 000 씨(남, 74세)를 찾습니다 [경기북부경찰청]”
강풍, 화재, 싱크홀, 정전, 교통사고 등 다양한 위험 안내문자가 일상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제 명백히 ‘위험이 일상화된 사회’ 속에 살고 있습니다. 특히 농산어촌과 도시가 혼재된 경기도는 다양한 재난이 동시다발적으로 반복되며 마을 단위의 대응 역량이 시험받고 있습니다. 경기도는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으며, 따라서 경기도 마을들의 대응 방식은 전국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정부 중심의 재난 대응 체계는 과거보다 나아졌지만, 여전히 복합위기에는 한계가 뚜렷합니다. 실제로 위험을 가장 먼저 마주하고, 가장 빠르게 대응하는 것은 마을 주민과 마을공동체이기 때문입니다. 공공과 공동체의 역할을 다시 설계해야 할 시점입니다.
오늘은 마을의 위기 대응 실태와 사례, 한계를 짚어보고, 안전한 마을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살펴보겠습니다.
2. 반복되는 재난, 마을의 현장 대응 실태
2025년 여름, 경기도를 비롯한 우리 마을들은 크고 작은 재난에 끊임없이 노출되고 있습니다. 경기북부의 산간 지역부터 도심에 이르기까지, 재난은 더 이상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라 일상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마을 재난을 바라보는 시각과 대응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때입니다.
► 가평, 극한호우로 인한 인명 피해
2025년 7월 20일, 가평 지역에 약 200mm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산사태와 급류로 2명이 숨지고 4명이 실종되었습니다. 특히 도로 유실과 통신 두절 등으로 재난 인프라가 마비되며 구조 활동과 물자 전달에 큰 차질이 빚어졌습니다. 기후재난이 일상이 된 지금, 우리나라도 인프라 복구마저 어려운 현실 속에서 피해 양상은 점점 개발도상국형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 폭염, 사람과 가축 모두 위험에 처하다
2025년 7월 말 기준 온열질환자는 3000명에 달하며, 사망자는 작년 대비 2.6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또한 충남에서만 20만 마리의 가축이 폐사해 작년보다 8배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폭우가 국지적 피해를 유발하는 반면, 폭염은 광범위한 지역에서 재난약자와 가축을 위협합니다. 폭염은 이제 단순한 날씨가 아니라, 재난약자의 만성질환 악화를 유발하고, ‘기후복지’와 ‘기후인권’의 문제로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 영남의 괴물 산불, 고령화와 인구소멸 지역의 재난 취약성
2025년 3월,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은 31명의 사망자를 내며 열흘 만에 진화되었습니다. 이 중 60대 이상이 29명으로, 고령화된 농촌의 재난 취약성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 오산 옹벽 붕괴 사고, 사전 감지에도 불구, 대응 실패
붕괴 전날 접수된 민원에도 불구하고, 육안 판단만으로 위험을 간과한 사례입니다. 이는 주민이 현장에서 위험을 감지하더라도 행정이 제때 대응하지 못하는 현실을 드러냅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주민들이 스스로 마을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움직임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위기에 대비하고 대응하는 과정에서 주민 주도적인 실천 사례들은 공동체가 가진 잠재력과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점차 마을공동체로 확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 자율방재조직의 선제적 대응 – 남양주시 호평동 애향기동대
2025년 6월, 남양주시 호평동의 자율방재조직 ‘애향기동대’는 여름철 수해에 대비한 선제적 봉사활동을 전개했습니다. 이는 기후 변화로 인한 폭우에 대비해 자율적 대응 역량을 강화하려는 시도였습니다. 기동대원 50여 명은 배수로 정비, 모래주머니 1,500개 제작 및 침수 위험지역 배치를 진행했으며, 순찰과 함께 주민 대상 행동 요령 안내도 병행했습니다. 이 활동은 마을의 물리적 안전 확보뿐 아니라, 주민 간 협력과 유대감을 강화하며 공동체 기반 대응 체계의 가능성을 보여준 의미 있는 사례로 평가됩니다.
► 민관 협력으로 수해 ‘예방’에 나선 의정부 송산2동
2024년 5월, 의정부시 송산2동 주민센터는 여름철 집중호우에 대비해 빗물받이 정화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지역자율방재단, 통장협의회, 주민센터 직원 등 약 50명이 참여한 민관 협력 활동이었습니다. 침수 우려 지역의 빗물받이를 중심으로 낙엽과 담배꽁초 등 배수를 막는 요소를 제거하며 정비가 이뤄졌습니다. 특히 반지하 주택 밀집지와 지대가 낮은 상가 주변 등 취약 지역을 우선 정비해 실질적인 피해 예방 효과를 거두었습니다. 단순 정비를 넘어, 지역 안전에 대한 주민들의 문제의식과 자발적 실천이 돋보인 의미 있는 사례입니다.
► 대전 정뱅이마을 수해 대응 – 주민의 힘, 공동체의 힘으로 만든 ‘기적’
2024년 7월, 대전 정뱅이마을은 집중호우로 마을 전체가 물에 잠기는 위기를 겪었습니다. 그러나 단 한 명의 사상자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119구조대는 당시를 회상하며 “마을 주민의 힘으로 기적이 만들어졌다”고 전했습니다. 위험은 새벽 시간에 닥쳤지만, 마을 이장이 빠르게 상황을 감지하고 대피 방송을 실시했습니다. 주민들은 곧바로 행동에 나섰고, 일부는 낚시용 보트와 수영으로 거동이 불편한 고령 어르신들을 구조했습니다. 119 구조대가 도착하기 전에 주민들만의 협력과 신속한 판단으로 마을 전체가 무사히 대피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 마을은 과거에도 수해를 겪은 경험이 있었고, 그 기억을 바탕으로 주민들은 각자의 역할을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누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일상에서 공유와 실천 경험이 실제 위기 상황에서 고스란히 작동한 것입니다.
정뱅이마을의 사례를 담은 스토리북 『우린 지금 나아가는 중입니다』에는 당시의 경험이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주민인 황경희 선생님의 증언은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우리는 119가 오면 다 살 거라고 생각하잖아. 그렇지 않아. 그러니까 그 상황에서는 (우리 마을과 상황을 가장 잘 아는) 우리들끼리 협조하는 게 훨씬 더 살길이 빠른 거야... 나는 그걸 배웠지.”
결국 위기 상황에서 주민들을 지켜준 것은 구조대보다 먼저 작동한 마을공동체의 관계망과 자발적 대응력이었습니다. 이처럼, 마을공동체는 재난 대응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결정적인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3. 마을이 움직였다. 경기도의 위기대응 시범사업 이야기
앞서 살펴본 현장 사례들은 단지 개별적 사례에 머물지 않습니다. 경기도는 이 같은 문제의식을 정책적 실험으로 연결하여, 마을공동체 중심의 위기 대응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시범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오고 있습니다.
3-1. 2024년 마을 위기대응 시범사업 – 마을 중심 재난 대응의 시작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는 2023년 「재난 대응에 있어 마을공동체의 새로운 역할 연구」를 통해 재난 대응 패러다임의 전환 필요성을 제기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2024년부터 마을위기 대응 시범사업을 시작하게 되었고, 올해인 2025년에는 2년 차를 맞아 그 범위를 확장해가고 있습니다.
2024년에는 남양주시 진건읍과 의정부시 두 곳에서 시범사업을 실시하였습니다. 지역별 특성과 필요에 맞춰, 각각 화재 대응과 고립 위기 대응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주민주도형 위기대응 거버넌스 모델을 설계하고 실천했습니다.
► 남양주시 진건읍 – 노후주택 밀집 지역의 화재 대응 훈련과 위험지도 제작
진건읍은 노후주택이 밀집해 있고, 골목길이 좁아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지역입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화재 발생 시 어떤 위험이 있는지를 함께 논의하고, 마을활동가, 주민자치회, 이장협의회, 의용소방대 등을 중심으로 파출소, 소방서 등과 협력하여 실전 모의훈련을 기획했습니다.
가상훈련은 ‘길 터주기’, ‘재난약자 대피’, ‘전 주민 대피’의 세 단계로 구성되었고, 주민들은 실제 통제 및 대피 유도를 수행했습니다. 단순한 시뮬레이션을 넘어,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재확인하는 과정이었습니다. 그 성과는 훈련 이후에도 이어졌습니다. 대규모 마을 축제에선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안전대책을 기획하고, 생활 속 위험 요소를 점검하는 활동으로 확장되었습니다. 또한 주민들은 직접 마을의 위험지도를 작성하고, 지역 내 구호 자원의 위치와 상태를 시각화해 공유하였습니다. 특히 경기도의 공공서비스 플랫폼인 ‘행복마을관리소’가 이 사업의 거점으로 작동하며, 평상시에는 생활관리소로 기능하고, 위기 상황에는 지역 재난 대응 플랫폼으로 전환될 수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사진 1] 남양주시 진건읍 노후주택화재 대응 가상 훈련
► 의정부시 – 고립위기 가구 대응을 위한 거버넌스 실험
의정부에서는 재난 대응의 범위를 확장해 ‘고립위기’라는 사회적 재난을 주제로 삼았습니다. 고독사 위험 가구에 대응하기 위한 주민 중심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마을활동가, 복지관, 공동체 조직들이 연계하여 ‘고독사 안전망’ 모델을 설계하고 실행 기반을 마련하였습니다. 이 과정은 재난 대응과 복지 서비스의 경계를 허물며, ‘생활 속 위기’에 대한 공동 대응 체계를 모색하는 중요한 시도였습니다.
[사진 2] 고립위기 가구 대응 교육 워크숍
3-2. 2025년 마을 위기대응 사업 – 주민 주도로 확산하는 위기 대응
2025년에는 2년 차 사업으로서 보다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활동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남양주 진건읍과 의정부는 2024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업을 확장·심화하며 위기 대응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포천지역은 가축전염병 확산을 대비하는 공동체사업을 진행하고, 부천지역은 가족돌봄청년의 어려움에 대응하는 사업도 펼쳐지고 있습니다.
► 남양주시 진건읍 – 수해 대비를 위한 주민주도 훈련
올해 진건읍 주민들은 마을의 위기 대응 주제로 ‘수해 대응’을 선정하였고, 5월 중순부터 교육과 현장답사, 유관기관 협력 등을 통해 준비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7월 26일에는 주민주도 수해 대응 가상훈련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습니다. ‘진건읍 수해예방단’으로 명명된 주민 12명은 이날 △수해 대비 초기 전파 및 위험요소 점검 △재난약자 대피 유도 △빗물받이 위험 구간 표시 스티커 부착 △예방 매뉴얼 배포 등의 핵심 활동을 수행했습니다. 마을활동가들이 주민 봉사단, 의용소방대, 파출소 등도 협력하여 교통 통제와 안전 확보를 도왔습니다. 훈련 준비 과정에서 수해예방단은 매주 마을 곳곳을 누비며 위험지역 30여 곳을 점검하고, 체크리스트를 작성했습니다. 한 아파트 앞 배수로의 물빠짐 문제를 직접 시청에 신고해 즉각적인 정비로 이어진 사례도 있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은 주민 교육과 워크숍을 통해 이루어졌고, 시청 재난안전팀과도 유기적으로 소통하며 실질적인 실행계획을 수립했습니다.
[사진 3] 진건읍 수혜예방단 가상 훈련 진행 후
► 의정부 – 고립 위기가구 발굴 캠페인으로 진화
의정부에서는 지난해 구축한 ‘의정부 365’ 거버넌스를 바탕으로, 고립위기가구 발굴 캠페인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장암종합사회복지관과 협업을 통해 교육과 현장 학습을 진행하고 있으며, 대상 가구 후보지 답사와 캠페인 기획 등으로 실제 실행 준비에 나서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의정부1동 행복마을관리소가 ‘의정부 365’에 함께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됩니다. 기존의 생활 밀착형 공공서비스에 ‘고립위기 가구 발굴’이라는 사회적 기능을 접목시켜, 공동체-복지기관-행정 간 협력 모델의 확장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 사유재산에 대한 개입 한계, 공동체 안전의 또 다른 과제
한편 2년 차 사업과정에서 확인된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는 ‘사유재산’에 대한 공공의 개입 한계였습니다. 수해 위험이 높은 노후주택, 개인 임야, 위험 건축물 등 사적 공간에 대해서는 행정의 예방적 개입이 법적·제도적으로 제한되어 있어, 공동체 전체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향후 법제도 정비를 통해 해결해야 할 중요한 구조적 문제로 남아 있으며, 위기 대응 거버넌스를 완성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과제입니다.
4. 재난의 최전선, 마을공동체가 대응의 열쇠다
우리는 지금 어떤 지역도, 누구도 안전에서 예외일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재난 대응을 전적으로 정부에 맡기는 방식은 한계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초기 대응에 주어진 시간은 짧고, 외부 지원은 도달하는 데 시간이 걸리며, 정부 중심의 정형화된 매뉴얼은 지역의 다양성과 특수성을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결국 위기 현장에서 가장 가까이 있고, 가장 먼저 행동할 수 있는 주체는 바로 마을공동체와 주민입니다.
• 위기대응에서 왜 마을공동체가 중요한가?
많은 사람들은 재난이 발생하면 119나 정부기관이 곧바로 도와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다릅니다. 1995년 일본 한신아와지 대지진(고베 대지진) 생존자 조사 결과, 응답자의 94.8%가 ‘가족, 이웃, 자기 자신’에 의해 구조되었다고 답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020년 강원도 삼척 산불 당시, 초동 대응은 이웃들의 빠른 신고와 협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처럼 마을은 단순한 ‘행정구역’이 아니라, 위험을 감지하고 경보를 전파하며, 초동 대응과 회복까지 수행할 수 있는 실질적인 생활단위이자 대응단위입니다. 서로의 이름을 알고, 연락처를 공유하고, 평소 관계망이 살아 있는 마을일수록 위기 상황에서 생존과 회복 가능성은 훨씬 높아집니다.
하지만 공동체 역량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특히 초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농촌 지역의 경우, 일상적인 단절과 인프라 부족으로 인해 위기 대응의 사각지대가 넓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공동체의 대응 역량을 제도적으로 보완하고 정책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 ‘위기대응 거버넌스’ 란 무엇인가?
‘위기대응 거버넌스’는 단순히 재난 대응 조직이나 예산을 마련하는 것을 넘어, 공공, 민간, 주민이 함께 계획하고 대응하며 회복하는 통합적 체계를 뜻합니다.
기존의 하향식 구조(중앙정부 → 광역지방정부 → 기초지방정부 → 마을)는 응답 속도가 늦고, 주민의 목소리가 반영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오늘날에는 폭우+침수+이재민+산사태+인프라마비 등 복합재난이 증가하면서 단일 매뉴얼만으로는 대응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이제는 마을공동체가 주체가 되어 사전 위험을 파악하고, 대응계획을 수립하며, 행정 및 민간과 수평적 협력체계를 유지하는 다층적 거버넌스 모델이 필요합니다.
5. 마을이 위기에 강해지기 위한 정부·마을·지원조직, 세 축의 과제
재난과 위기에 강한 마을을 만들기 위해선 위기대응 거버넌스가 실질적으로 작동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제도적 지원, 마을공동체와 주민들의 자율적 실천, 중간지원조직의 연결과 조정이라는 세 축이 균형 있게 작동해야 합니다. 이 세 주체가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을 다할 때, 재난에 강하고 회복력 있는 마을 거버넌스는 잘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 정부는 마을공동체의 마을위기 대응을 위한 제도와 재정, 인프라를 책임져야 합니다
우선 중앙정부는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전담할 조직을 다시 만들어야 합니다. 행정안전부는 2023년 ‘지역공동체과’를 폐지하여 일부 업무만이 ‘지역청년정책과’의 한 명에 의해 병행되고 있습니다. 체계적인 지원을 위해서는 전문성과 지속가능성이 담보된 전담 부서의 복원이 필요합니다. 광역지방정부 또한 마을공동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뒷받침할 중간지원조직을 복원하거나 내실화해야 합니다.
사유재산에 대한 제한적 공공 개입의 법제화가 필요합니다. 재난에 취약한 사유지, 예를 들어 노후 주택이 밀집한 지역이나 산사태 우려가 큰 경사지 등에는 행정이 일정 조건 하에 사전 점검과 예방 조치를 할 수 있도록 법적 기반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재난안전관리기본법 개정이나, 경기도 차원의 조례 제정이 필요합니다. 더불어 마을 단위의 위기 대응 체계를 일회성 사업이 아닌 지속 가능한 제도로 만들기 위한 법제화와 재정 지원이 절실합니다. 마을기본법, 마을공동체기본조례, 마을 안전망 구축 사업 등이 이를 뒷받침하는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 마을공동체과 주민은 마을위기 인식제고, 자율적 실천과 현장 중심 대응에 나서야 합니다
각 마을은 위험의 종류, 주민 구성, 지형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인 대응보다는 우리 마을에 맞는 대응 매뉴얼이 필요합니다. 마을위기와 재난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활동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리고 주민자치회, 자율방재단, 통장단, 교통봉사대 등 마을 안의 다양한 주체들과 함께 위험 요소를 식별하고, 대피 경로와 비상 연락망을 설정해두어야 합니다. 또한 마을의 생활 기반 정보를 반영한 위험 지도를 만들고, 독거노인 가구, 노후 주택 밀집지, 병원이나 학교까지의 거리 같은 정보를 시각화하여 주민들과 쉽게 공유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나아가 이러한 정보를 디지털 정보 시스템으로 정리하고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한다면 더욱 효과적입니다.
공동체 차원에서 위기 대응을 위한 교육과 훈련도 중요합니다. 마을공동체에서 마을 재난과 위기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죠. 응급처치, 대피 요령, 화재나 수해 대응법 등을 반복적으로 익히고, 마을 위기 대응 코디네이터나 재난 대응 마을 리더를 양성하여, 실제 상황에서 의사결정과 정보 전달의 중심 역할을 맡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학교, 복지관, 종교시설 등 마을 내 다양한 기관도 훈련에 함께 참여하여 마을 전체가 대응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 마을공동체지원센터 등 중간지원조직은 연결과 조정의 허브가 되어야 합니다
중간지원조직은 주민과 행정, 그리고 다양한 지역 자원을 연결하는 실질적인 매개자 역할을 합니다.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와 같은 중간지원조직은 마을공동체가 현장에서 위기 대응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교육과 가이드를 제공하고, 필요에 따라 사회복지관, 협동조합, 시민단체, 공공기관 등과의 협력을 주선합니다. 또한 시범적으로 위기 대응 교육, 실천 사업, 캠페인 등을 기획하고 운영하여, 마을 단위의 대응력을 키우는 실무적 지원을 담당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마을 간, 공동체 간 교류와 학습을 촉진하는 계기를 만들어 재난 대응 사례를 확산시키고, 지역에 맞는 맞춤형 모델을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역할이 지속가능하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제도적 기반과 안정적인 예산 지원이 필수적입니다. 일회성 사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중요한 기반시설로 자리 잡아야 합니다. 함께 움직일 때, 마을은 강해집니다. 정부는 기반을 만들고, 마을은 실천하며, 중간지원조직은 그 사이를 연결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이 세 축이 유기적으로 움직일 때, 우리는 비로소 위기에 강한 마을, 회복력 있는 지역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6. 위기와 재난에 강한 마을, 결국 마을공동체의 힘이다
이재명 정부의 5년 국정과제를 수립 중인 국정기획위원회도 마을공동체의 위기 대응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기존의 제도권 안에서 재난대응 뿐만 아니라 마을공동체 역량 강화를 통해 재난 대응 정책을 병행하여 추진키로 세부사업을 확정하였습니다. 마을공동체가 마을 재난대응의 초기 역할을 하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제 마을은 단순히 주거의 공간이 아니라, 생존과 회복의 기본 단위로 새롭게 자리매김해야 합니다. 국가가 모든 것을 해줄 수 없는 시대, 마을은 스스로 조직하고 대응하며 서로를 지키는 주체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 출발점은 마을 속 위기대응 거버넌스의 구축이며, 그 중심에는 마을공동체와 주민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 무너지지 않는 마을 서로를 지키며 회복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 기회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지금이 그 첫걸음을 내디뎌야 할 때입니다.
[참고문헌]
🧾 보고서 및 정책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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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혁신연구소. (2024, July). 2024 마을위기 대응 시범사업 결과보고서.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
프로젝트커넥트 C. (2024, December). 마을4.0 새로운 마을을 여는 제안.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
🧾 뉴스 기사
KBS 뉴스. (2025, April 3). (더보다) ‘검은 봄’의 경고.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226399&ref=A
MBC 뉴스데스크. (2025, July 20). 도로는 끊기고 통신은 먹통.. 속도 못 내는 수색·복구 작업. https://imnews.imbc.com/replay/2025/nwdesk/article/6737573_36799.html
경기도정신문. (2024, May 21). 의정부시 송산2동, 여름철 수해 예방 빗물받이 집중 정비. http://www.idojung.com/news/articleView.html?idxno=48908
경기헤드라인. (2025, June 27). 남양주시 호평동 애향기동대, 여름철 수해 예방을 위한 선제적 봉사활동 전개. https://www.gheadline.co.kr/news/article.html?no=483140
경향신문. (2025, August 1). ‘역대급 폭염’에 온열질환자 3000명 육박…올해 사망 18명. https://www.khan.co.kr/article/202508011711001
이데일리. (2025, July 17). “마을침수, 산사태에도 주민들 도움 덕에 다들 무사했죠”.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3598166642235504&mediaCodeNo=257&OutLnkChk=Y
한겨레. (2025, July 17). 오산 ‘옹벽 붕괴’ 사망... 폭우 전날 “지반 꺼져요” 신고했지만. https://www.hani.co.kr/arti/area/capital/1208475.html
헬로TV뉴스. (2025, July 28). 전남 폭염 비상... 노인 사망, 가축 15만 마리 폐사. https://news.lghellovision.net/news/articleView.html?idxno=514535
🧾 스토리북 및 간행물
더 프로미스. (2024, November 2). 우린 지금 나아가는 중입니다 [정뱅이마을 재난 스토리북]. https://issuu.com/thepromise_kr/docs/_3?fr=xKAE9_zU1NQ
🧾 기획 연재 및 정책칼럼 (정기 간행물)
권상동. (2025, April). 마을기본법 제정과 우리의 역할. 수요일엔 마프, (34).
김현수. (2023, September). '마을 재난 거버넌스'와 공동체 역할. 수요일엔 마프, (15).
김현수. (2024, September). 경기도 「마을위기 대응 시범사업」 추진 경과와 정책 제안. 수요일엔 마프, (27).
이규홍. (2023, September). 재난에서 마을공동체는 왜 중요한가. 수요일엔 마프, (15).
장수찬. (2025, April). 마을공동체 정책통합 환경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수요일엔 마프, (34).
🧾 SNS 게시물
김동훈. (2025, July 22). 라이프라인 코리아 이사로서 올린 Facebook 게시물 https://www.facebook.com/share/p/19DaLZuSD3/